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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2/03/16 15:48 이전글다음글목록

아이들 밝은 미소에서 희망을 보다

 

입력 2012-03-16 09:00 수정 2012-03-16 09:00

-웨스턴 바라이호수

평화롭고 한가로운 바라이호수 풍경
 

"엉니 이쁘다."
"안 사!"
"이거 싸다! 다섯 개 완 딸라!"
"샀어."
"또 사!"
“샀다니까!"
"엉니 애뻐. 날씬해....."

투실투실한 몸집의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본다. 일곱 여덟 살이나 되었을까? 삐쩍 마른 몸매에 새카만 얼굴, 커다란 눈이 호소하듯 바라본다.

팔찌바구니를 든 소녀
 

"니 내보고 암만 날씬하다 캐도 내 안산다카이! 이거 안보이나? 이 봐라~!"

벌써 양 팔목에 주렁주렁한 팔찌를 흔들어 보이며 여인이 말했다.

".....나는 못팔았어..... 엉니 돈많아...."

소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허리춤에 끼고 있던 작은 바구니를 여인 앞으로 얼른 내민다. 바구니에는 조악해 보이는 수제 팔찌가 가득 담겨 있다.

"야가 사람잡네! 안산다카이!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말을 마친 중년 여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 놓는다. 그 뒤를 어미닭 따르는 병아리처럼 쫓아가는 소녀.

"꼼 세 마리 항 집에 있어.. 아빠 꼼 엉마 꼼 애끼꼼...."

걸음을 더 빨리하는 여인을 종종종 뒤따라가며 소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곰 세 마리'가 끝나고 또 다른 레퍼토리가 이어진다.

"우리 망남은~ 우연이 아니야. 크것은~ 우리 바램이었어~"

함석지붕의 상점이 옛 향수를 자아낸다
 

결국 여인은 멈춰서고 만다.

"아이고마~물귀신맹키로 진짜 끈질기네. 옛다! 니가 이깄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방에서 1달러를 꺼내 소녀에게 건넨다. 소녀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생기 도는 얼굴로 1달러를 받아들고 얼른 팔찌 다섯 개를 여인에게 내민다.

"팔찌는 고마 됐다...... 쓸모도 없는 거, 가져가면 짐만 된다."

그 말에 주춤하는 소녀. 들고 있는 팔찌와 1달러를 내려다보는 표정이 심히 복잡하다.

"갑자기 왜 그리 똥 씹은 표정이고? 이건 그냥 니가 예뻐서 주는 거야!"

더없이 자비로운 얼굴을 짓고 있는 여인에게 소녀가 울 듯한 표정으로 머뭇머뭇 말한다.

".....나는 안 애뻐....이거 노땡큐....팔찌 엉니꺼.....완 딸라....내꺼."

놀라 입을 떠억 벌리고 서 있는 여인에게 소녀는 기어코 팔찌 다섯 개를 안겨준다. 얼떨결에 팔찌를 받아든 여인이 멍한 표정으로 서 있자 소녀는 그제사 환한 낯빛으로 인사를 하고 팔랑팔랑 멀어진다.

옷을 입은 채 풍덩 호수에 뛰어든 소녀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여러가지였다. 외국인만 보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1달러"를 구걸하는 맨발의 아이들과, 유명 관광지에서 싸구려 기념품을 내밀며 호객행위하는 아이들. 그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거리로 나돌았다.

주말이면 현지사람들이 찾는 유원지다
 

여행 가이드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적선하듯 돈을 주지 말라고 당부한다. 동정심에서 던져주는 한푼 두푼이 오히려 그들의 미래를 망쳐 놓는다는 것이다. 한 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이 곳에서 그들이 구걸해 버는 돈이 부모의 월급보다 많은데, 이렇게 되니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구걸을 내보낸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되고, 그들의 미래는 건설적이거나 발전적이지 않고 구걸에 의존하는 삶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오리바베큐
 

화려한 색상의 열대과일
 

그런데 이 곳 웨스턴 바라이호수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좀 달랐다. 거대한 인공호수인 바라이호수는 11세기초 수리야바르만 1세에 의해 건조가 시작된 후 2대 왕조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다가 11세기 중반 우다야디트야바르만 2세에 의해 완성된 저수지다. 남북 2.2km, 동서 8km에 이르는 이 거대한 저수지는 당시 100만명이 넘게 살았던 수도 앙코르의 식수원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저수지가 조성됐는데 동쪽 저수지는 아주 오래 전에 메말라버리고 지금은 이 곳 서쪽에만 남아 있어 '웨스턴 바라이' 호수라 불리기도 한다.

천년 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
 

이 곳은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주말이면 즐겨 찾는 유원지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가게가 빼곡히 줄지어 있다. 특히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비롯해 개구리, 메뚜기 등을 구워낸 꼬치구이와 열대과일은 먹음직스럽기 그지없다.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 통구이
 

보기만 해도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는 꼬치구이
 

싱싱한 열대과일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새카만 아이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찰거머리처럼 매달려 호객행위를 하는 건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만 이들은 절대 구걸하진 않는다. 공짜로 주는 1달러는 거절하고 자신이 물건을 판 대가로만 돈을 받는다.

수상가옥을 짓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열대과일
 

'샤시'라는 아이 또한 그랬다. 물건을 사지 않는 관광객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 결국 팔찌를 팔았다. 봉사활동을 나온 한국인 자원봉사자에게 배웠던 한국어와 노래를 활용해 나름의 노하우를 쌓은 것이다. 공짜로 주는 1달러에 사색이 됐던 아이가 팔찌를 팔고서야 활짝 웃던 모습에서 캄보디아의 밝은 희망을 보았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이준애 (여행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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